소방관으로 일하다 보면 건강검진 결과지를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건강검진에서 단백뇨 판정을 받은 뒤 병원을 다니게 됐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신장이라는 장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신장이 나빠져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그때 처음으로 제 검진 결과지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증상 없는 위험, 신장이 조용히 망가지는 이유신장이 무서운 이유는 심장이나 폐처럼 당장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성콩팥병은 1, 2단계에서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피로감, 부종, 혈뇨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얼굴이 좀 달라 보인다"라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이미 중기였더라는..
야근이 몰리는 시기마다 저는 어김없이 편의점 도시락과 믹스커피로 버텼습니다. 배가 더부룩하고 피로가 쌓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시점부터 집중력도 흐릿해지고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장 상태와 기분이 연결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지인의 경험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관련 연구들을 찾아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장과 뇌는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겪고 있는 분들이 주변에 한두 명쯤 있습니다. 그 원인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업무 스트레스, 수면 부족, 인간관계 문제를 먼저 꼽습니다. 장 상태를 떠올리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최근 과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장-뇌 축(Gut-B..
몇 년 전 함께 근무하던 선배는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도 현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물리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까지 다 받아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늘 "그때뿐이다"였습니다. 그 선배가 어느 순간 자세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던 기억이, 허리 통증과 골반 정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떠오릅니다.병원을 다 다녀봤는데도 왜 낫질 않을까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으면 대개 요추(허리뼈) 4번, 5번 부위에서 문제가 발견됩니다. 디스크 돌출,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같은 진단명을 받고 나면 치료도 거기에 집중됩니다. 염증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는 식이죠.스테로이드(steroid)란 염증 반응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로, 통증 완화에는 효과적이..
뇌출혈의 사망률은 40%입니다. 뇌경색의 사망률 5%와 비교하면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병이 평소에는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가족 중 한 분이 갑자기 혈압이 높게 나와서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설마 우리 가족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혈관질환은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날 한 번에 터지는 병입니다.뇌졸중은 정말 예고 없이 오는 걸까요"갑자기 쓰러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사실 그 말이 완전히 맞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 수년에 걸친 혈관 손상이 어느 임계점을 넘긴 결과입니다.혈관 손상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시작됩니다. 하나는 고혈압처럼 물리적인 압력이 혈관벽에 상처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흡연이나 잘못된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