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이걸 몰랐습니다.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왜 저렇게 힘들어하지? 주변에 코로나를 심하게 앓고 난 뒤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지인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율신경 실조증이 검사로 잡히지 않는 이유, 그리고 몸 안의 균형이 무너지면 삶 전체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직접 목격하고서야 비로소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항상성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혹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뛰고, 땀이 나고, 소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평소에 얼마나 의식하며 살고 계십니까? 아마 대부분은 당연하게 여기고 살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우리 몸의 신경은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뉩니다. 뇌와 척수를 중추신경이라 하고, 그 외의 신호 전달 경로를 말초신..
솔직히 저는 밥 먹고 졸리는 게 그냥 배가 불러서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점심에 흰쌀밥에 국수, 달달한 캔커피까지 마시고 나면 오후 두세 시쯤 머리가 텅 비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걸 단순히 피곤함으로 넘겼던 거죠. 혈당 스파이크가 식곤증이나 비만을 넘어 뇌 건강과 노화 속도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혈당 스파이크, 사실 과학 용어가 아닙니다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 용어를 진단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진료 현장에서는 식후 고혈당과 혈당 변동성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혈당 변동성이란 하루 동안 혈당이 얼마나 크게 오르내리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 폭이 클수록 췌장과 혈관에 누적 부담이 커집니다.당뇨병 진단 기준을 간략..
혈압도 그냥 "좀 높은 편"이고, 배도 살짝 나왔고, 잠도 늘 부족했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직접 옆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분은 한 번도 "나 아프다"라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만성염증이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소리 없이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터집니다.HS-CRP로 만성염증을 확인할 수 있을까혹시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CRP라는 항목을 본 적 있으십니까? 대부분 그냥 넘기거나, 수치가 낮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HS-CRP(고감도 C반응단백)는 우리 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HS-CRP란 일반 CRP 검사보다 훨씬 민감하게 미세한 염증 수준까..
대장암 발생률이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예방법으로 늘 나오는 말은 "소시지 줄이고, 운동하고, 술 끊어라"뿐인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서 오래 흘려들었습니다. 원리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행동이 달라졌습니다.대장암의 공격인자: 사실 범인은 '변'이었습니다대장이 처리하는 것은 딱 하나, 변(便)입니다. 소장에서 영양소를 최대한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와 장내 세균 덩어리가 대장을 통과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장암이 왜 항문 바로 위쪽, 직장(直腸)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변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대장암에서 말하는 공격인자(攻擊因子)란, 대장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거나 손상시키는 물질이나 상태를 뜻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