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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냄새 진단 (후각 과민, 피지 분비, 조기 발견)

by 돈은 에너지다 2026. 6. 9.

냄새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처음엔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한 여성이 남편 목 뒤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고, 12년 뒤 그 남편은 파킨슨병 확진을 받았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한 번 있어서인지, 이 이야기가 유독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약 사진
약 사진

파킨슨병과 후각 과민: 냄새가 먼저 알고 있었다

조이 밀른은 스코틀랜드 퍼스 출신의 간호사로, 유전성 후각 과민증을 가진 인물입니다. 여기서 후각 과민증이란 일반인이 감지하지 못하는 극미량의 휘발성 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별한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 타고난 감각의 차이입니다.

그녀는 남편 레스가 31세이던 해부터 목 뒤에서 특유의 묵직한 머스크 향이 난다고 느꼈습니다.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였죠.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 남편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파킨슨병 환우회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 그 방 안에 있던 환자들 모두에게서 똑같은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조이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에든버러 대학교 연구진은 티셔츠 테스트를 설계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 6명과 건강한 대조군 6명이 하룻밤 입은 티셔츠를 섞어 놓고 냄새를 맡게 한 것입니다. 조이는 환자 6명의 셔츠를 모두 정확히 골라냈습니다. 그런데 건강한 대조군 중 한 명을 환자로 지목한 것이 오답으로 처리될 뻔했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그 남성이 실제로 파킨슨병 확진을 받으면서 조이의 감각이 의료 기기보다 8개월 앞서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과학적으로는 이렇게 설명됩니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신경 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여기서 도파민 신경 세포란 운동 조절,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 신경 세포로, 이 세포가 손상되면 몸이 굳거나 떨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 교란이 발생하고, 특히 상등부와 목 뒤의 피지선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피지 과다 분비 현상이 나타납니다. 피지 과다 분비란 피부 표면의 기름 성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는 상태로, 이 변화가 피부 미생물 환경을 바꾸고 체외로 방출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조성을 변화시킵니다.

맨체스터 대학교 페르디타 바란 교수팀은 조이 밀른과 공동 연구를 통해, 파킨슨 환자의 피지에서 에이코산과 히프루산 같은 특정 휘발성 물질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출처: 맨체스터 대학교). 조이가 맡은 냄새는 바로 이 분자들의 조합이었던 셈입니다.

파킨슨병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와 냄새 진단이 가진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파킨슨병은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시점에는 이미 도파민 신경 세포의 상당 부분이 손상된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 현재 혈액검사나 영상 검사로는 증상 이전 단계를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 피지에서 분비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 분석은 증상 발현 전 단계에서도 변화를 감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2022년에는 피부를 면봉으로 닦아 질량 분석기에 넣으면 단 3분 만에 파킨슨병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몸의 신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경험과 과신 사이

제가 처음 비슷한 경험을 한 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던 무렵이었습니다. 진료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옆에 계시던 어르신에게서 향수도 땀도 아닌 묘한 냄새를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그분이 파킨슨병으로 치료 중이라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 냄새가 병과 연관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기억이 이 연구를 접하면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예전 직장 동료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감기에 걸리기 전부터 몸 냄새가 달라진다고 했는데, 처음엔 그냥 예민한 성격이려니 했습니다. 제가 직접 관찰해 보니 실제로 어느 정도 맞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싶습니다. 냄새가 조금 달라진다고 해서 바로 파킨슨병을 의심하는 것은 위험한 과잉 해석입니다. 체취는 수면 패턴, 식습관, 스트레스, 복용 약물, 피부 상태 등 무수히 많은 요인에 의해 달라집니다. 조이 밀른의 사례는 극히 드문 후각 과민 능력을 가진 개인의 이야기이며, 일반인이 냄새만으로 특정 질환을 판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제로 파킨슨병의 유병률을 보면, 국내 60세 이상에서 약 1%가 해당하며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조기 발견이 치료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 만큼, 냄새 기반 진단 기술 연구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방향입니다. 다만 그 기술이 실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검증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들이 화제가 될 때 가장 우려되는 건 따로 있습니다. "특정 냄새가 나면 큰 병이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공포가 퍼지는 경우입니다. 몸의 신호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그 신호를 해석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냄새 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전반적인 몸 상태 변화를 꾸준히 살피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은 갑자기 나빠지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오래전부터 작은 신호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신호가 냄새일 수도, 수면 변화일 수도, 움직임의 미묘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신호를 과잉 해석하지 않으면서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는 균형 잡힌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느껴지신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ipSHOYNo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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