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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귀밑에 뭔가 만져져도 피곤해서 림프절이 부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 중 한 분이 귀 아래쪽에 작은 멍울이 생겼을 때도 그랬습니다. 통증도 없고 열도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무심함이 꽤 위험한 판단이었다는 걸 압니다. 귀밑 멍울이 침샘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침샘암 관련 사진
    침샘암 관련 사진

    귀밑 멍울, 왜 그냥 넘기면 안 될까

    얼굴 양쪽에는 총 여섯 개의 침샘이 있습니다. 귀 아래쪽에 자리한 이하선(耳下腺)이 가장 크고, 턱 아래의 악하선(顎下腺), 그리고 혀 밑의 설하선(舌下腺)까지 세 쌍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이하선이란 침 성분 중 아밀라제를 분비해 음식물의 탄수화물 소화를 돕는 기관으로, 일상에서 우리가 가장 의식하지 못하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이 이하선에 종양이 생겼을 때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귀 뒤쪽에 작은 멍울이 잡혔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수십 년을 그냥 지냈다가 뒤늦게 악성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 가족도 비슷했습니다. 얼굴 한쪽이 어딘가 어색해 보이기 시작한 다음에야 겁이 났고, 그때서야 병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침샘암은 전체 암 발생의 약 0.3%에 해당하는 희귀 암입니다(출처: 국립암센터). 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지만, 발병하면 생명뿐 아니라 얼굴 기능 전체를 위협할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침샘 종양의 또 다른 특징은 피부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손으로 직접 만져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이기도 합니다. 귀밑이나 턱밑을 가끔 손으로 훑어보는 습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면 신경 침범, 암이 얼굴을 바꾼다

    침샘암이 다른 암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안면 신경과의 밀접한 연관성입니다. 안면 신경이란 12개 뇌신경 중 7번째 신경으로, 뇌에서 출발해 귓속 측두골을 통과한 뒤 이하선을 관통해 오리발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신경입니다. 눈을 깜빡이고, 입꼬리를 올리고, 코를 움직이는 모든 얼굴 표정이 이 신경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이하선에 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신경을 타고 이동하는 습성이 있어 안면 신경을 직접 침범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거나 입꼬리 한쪽이 처지는 안면 마비가 나타납니다.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안면 신경을 함께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마비는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마음이 무거워진 건, 몸이 낫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바로 회복되는 게 아니라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얼굴은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직결됩니다. 실제로 수술 후 달라진 얼굴 때문에 손녀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방 안에만 머물렀다는 환자의 이야기가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안면 신경 재건술이 필요합니다. 안면 신경 재건술이란 암 절제로 소실된 안면 신경을 환자 본인의 팔이나 다리에서 건강한 신경 조직을 채취해 이어주는 수술로, 기능 회복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수술 이후에도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연합 운동이라는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연합 운동이란 안면 신경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신경 신호가 엉켜 눈을 감을 때 입꼬리가 동시에 올라가는 등 의도하지 않은 얼굴 근육의 동시 수축 현상을 말합니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보툴리눔 독소 주사, 즉 보톡스를 병행 치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침샘 종양의 성격을 수술 전에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침샘 종양에서 가장 흔한 양성 종양인 다형성 선종(多形成 腺腫)은 방치하면 악성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으며, 세침 흡인 생검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실제 수술 후 악성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약 1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수술을 통한 정확한 확인과 제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기 발견이 전부다,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침샘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두경부암처럼 흡연이나 음주, 특정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암들과 달리 침샘암은 예방 인자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출처: 대한두경부종양학회).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이런 암이 생겼냐는 환자들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건 조기 발견입니다. 다행히 침샘은 피부 바로 아래에 있어 이상 신호를 직접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제 경험상 가족 건강을 챙긴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런 부위는 전혀 살피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지금 당장 스스로 또는 가족에게 확인해볼 수 있는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귀밑이나 턱 아래에 통증 없이 만져지는 멍울이 있는가
    • 얼굴 한쪽이 움직이지 않거나 표정이 비대칭으로 느껴지는가
    •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거나 입꼬리 한쪽이 처지는 증상이 있는가
    • 특별한 이유 없이 한쪽 얼굴에 감각 이상이 느껴지는가

    위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미루지 않기를 권합니다. 통증이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저는 가족의 일을 겪으며 몸으로 배웠습니다.

    수술 후 "살아야 이 얼굴의 불편함도 느끼는 거잖아요"라고 했던 한 환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암을 이겨내는 건 수술로 끝나지 않습니다. 달라진 얼굴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삶을 계속하기로 선택하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그 선택의 출발이 조기 발견에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한 번만, 귀 아래를 살짝 만져보십시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십시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tRKectvO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