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65세 이상 인구 100명 중 최대 10명에서 관찰된다는 통계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손이 떨린다고 하면 주변에서 으레 파킨슨병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실제 원인은 훨씬 다양하고 흔합니다. 저도 가족 때문에 신경과를 드나들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손 떨림 관련 사진
    손 떨림 관련 사진

    손 떨림, 왜 이렇게 흔한가

    손 떨림을 처음 경험하면 대부분 큰 병을 의심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에서 손이 떨려 걱정하던 분이 검사를 받았더니 파킨슨병이 아니라 본태성 떨림(Essential Tremor)이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를 직접 봤습니다. 본태성 떨림이란 특별한 기질적 원인 없이 자세를 취하거나 동작을 할 때 손이 흔들리는 운동 질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뇌나 신경에 특정 병변이 없어도 나타나는 떨림입니다.

    이 질환이 65세 이상에서 최대 10%까지 보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 인구에서 손 떨림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중증 신경계 질환으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본태성 떨림 환자의 약 절반은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절반 정도는 소량의 음주 후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알코올 반응성을 보입니다. 이 알코올 반응성은 본태성 떨림을 다른 떨림과 구별하는 특징적인 단서 중 하나입니다.

    기질적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 불안 상태, 그리고 복용 중인 약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약물 유발성 이상운동질환(Drug-Induced Movement Disorder)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이상운동질환이란 약물의 부작용으로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거나 떨리는 상태를 뜻합니다. 제 직장 동료가 소화제를 장기 복용하다가 손 떨림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담당 의사와 상담해 약을 조정하고 나서 증상이 줄어드는 걸 직접 지켜봤습니다. 약을 바꾸는 것만으로 몸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약물 유발 떨림의 주요 원인 약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도파민 차단 기전의 소화제 (예: 메토클로프라미드, 레보설피리드)
    • 기관지 확장제 계열의 베타2 항진제(Beta2-agonist): 천식 흡입기에 많이 쓰이는 성분
    • 항전간제 및 스테로이드제
    • 칼슘 채널 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계열 두통 예방약: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성분으로, 편두통 예방에 사용되지만 떨림을 유발하기도 함

    파킨슨병과 본태성 떨림, 어떻게 구별하나

    많은 분들이 손이 떨리면 곧바로 파킨슨병을 떠올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질환의 떨림 양상은 꽤 다릅니다. 파킨슨병의 떨림은 안정 시 떨림(Resting Tremor)이 특징입니다. 안정 시 떨림이란 손을 가만히 내려놓고 아무 힘도 주지 않았을 때 떨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면 물건을 집거나 동작을 취하면 오히려 떨림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입니다. 엄지와 검지를 반복적으로 비비는 '알약 굴리기(Pill-rolling)'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파킨슨병 특유의 패턴입니다.

    파킨슨병은 떨림 외에도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Bradykinesia), 걸을 때 보폭이 좁아지는 보행 장애가 함께 나타납니다. 여기서 서동증이란 움직임 자체가 전반적으로 굼뜨고 느려지는 증상으로, 단순한 피로감과는 다릅니다. 이런 동반 증상이 있는지 여부가 감별에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파킨슨병이 의심될 때 신경과에서는 MRI와 FP-CIT PET 검사를 활용합니다. FP-CIT PET이란 뇌 속 도파민 신경 세포의 말단을 영상화하는 핵의학 검사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 세포가 빠르게 손상되기 때문에, 이 검사에서 정상인과 다른 영상 소견이 나타납니다. 정상이면 양쪽이 균형 잡힌 모양을 보이지만, 파킨슨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특정 부위의 신호가 소실됩니다. 이 검사는 초기 파킨슨병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널리 사용됩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

    갑상선기능항진증(Hyperthyroidism)도 손 떨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전신 세포의 대사가 비정상적으로 항진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손 떨림 외에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맥박이 빨라지고, 더위를 유독 심하게 타고, 설사나 안구 돌출이 동반된다면 갑상선 기능 검사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경우 혈액 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병원에 가야 할 기준, 직접 경험으로 정리하면

    "어떤 경우에 병원에 가야 하나"는 손 떨림을 접하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저도 가족 곁에서 이 고민을 수없이 했습니다. 저는 이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게 됐습니다.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 최근에 새로 복용하기 시작한 약이 있고 그 이후 떨림이 시작된 경우, 불안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비교적 경과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약물 원인이라면 2~3일 안에 변화가 나타나지만, 소화제처럼 장기 복용한 약물의 경우 효과가 사라지는 데 최대 3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반면 아래 상황이라면 지체하지 않고 병원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 떨림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폭이 커지거나 빈도가 잦아지는 경우
    • 머리나 목소리 떨림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 행동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거나 보폭이 줄어드는 느낌이 드는 경우
    • 체중 감소, 심박수 증가, 안구 돌출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 심리적 충격이나 특정 사건 이후 갑자기 발생한 경우

    심인성 떨림(Psychogenic Tremor)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심인성 떨림이란 신체적 병변 없이 심리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떨림으로, 갑작스럽게 시작되고 주의가 분산되면 증상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경우 신경과 치료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기능성 신경계 증상 장애는 신경과 외래에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 떨림 하나를 두고 파킨슨병을 먼저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어느 쪽도 완전히 맞거나 틀리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가족 곁에서 경험한 것은 "증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며, 다른 증상이 함께 따라오는지를 메모해 두고 병원을 찾으면 진단 과정이 훨씬 빠르고 정확해집니다. 정보는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최종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이 맞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질 경우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JCePDZp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