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설마 우리 아이가 독감에 걸리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학 첫 해 겨울, 반 친구가 인플루엔자에 걸린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제 딸이 40도 가까운 고열로 사흘을 앓아누웠습니다. 그때부터 새학기 건강 관리를 남 일처럼 흘려듣지 않게 됐습니다. 3월이 다가올수록 감염병, 안전사고, 식습관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임을 부모가 되어서야 실감하게 됩니다.

학교는 감염병이 번지기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만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면역력보다 더 결정적인 건 '밀집 환경'이었습니다. 학교 교실은 비말 감염(감염된 사람의 침방울을 통해 병원체가 전파되는 방식)이 일어나기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쉽게 말해, 아이 한 명이 기침 한 번 잘못하면 주변 열 명이 위험해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025년 1월 1주차 인플루엔자 유행은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그 유행을 주도한 층이 바로 학령기 아동·청소년이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2월 3주차 기준으로도 해당 연령층의 발생률이 유행 기준의 약 3배에 달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집단생활, 대면 접촉,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교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어떤 바이러스든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두와 유행성 이하선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행성 이하선염은 흔히 '볼거리'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이하선(귀밑 침샘)이 부어오르는 증상을 동반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2024년 기준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전체 수두 환자의 68.3%, 유행성 이하선염 환자의 44.5%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백일해는 2024년 전체 환자 중 학령기 아동·청소년 비율이 71%에 달했습니다.
계학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예방접종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플루엔자(생후 6개월~13세): 접종률 69.3%로, 아직 약 30%는 접종 미완료 상태
- 홍역·유행성 이하선염(6세): 접종률 89.8%로 비교적 양호한 편
- 백일해(11~12세): 접종률 71.7%로 상대적으로 낮아 집중 관리 필요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백일해,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HPV 등 10종 감염병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직 접종을 마치지 못한 아이가 있다면, 개학 전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봄이 오면 사고도 늘어납니다
일반적으로 봄은 건강에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활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손상(injury,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이나 상해) 위험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봄은 아이들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계절이고 그만큼 다치는 빈도도 높아집니다.
제 딸이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무릎을 크게 긁은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봉합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아이들이 어른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멈추라고 해도 멈추지 않고, 위험하다고 해도 그 순간엔 모릅니다.
소아·청소년의 교통사고는 3월부터 증가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은 보행자 사고가, 고학년부터는 자전거 관련 손상이 많이 발생합니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특정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전신에 급격하게 나타나는 과민반응)도 봄철 야외 활동 중 벌레 물림 등으로 유발될 수 있어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의 보호자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봄철 꽃가루와 미세먼지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을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란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건조한 봄에는 보습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황사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외출 자체를 자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질병관리청은 2008년부터 전국 시도에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온·오프라인 건강 강좌와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편의점 도시락이 아이 건강을 조금씩 바꿉니다
제가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이 이 대목이었습니다. 주변 맞벌이 부부의 아이가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편의점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게 됐고, 몇 년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늘어 건강검진에서 주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초가공식품을 별생각 없이 사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이란 공업적 가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식품으로, 첨가물·방부제·인공 감미료 등이 대량 포함된 제품을 말합니다. 과자, 인스턴트 라면, 패스트푸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질병관리청이 2024년 10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비만 아동·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지방간 위험이 1.75배,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로 당뇨병의 선행 조건이 되는 대사 이상) 위험이 2.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감은 회복됩니다. 하지만 잘못 형성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아이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려면 부모가 먼저 장을 봐야 하고, 그 장을 보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의 벽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신체 활동의 습관은 어릴 때 잡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바꾸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결국 새학기 아이 건강은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는 것보다 걸리지 않게 관리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예방접종 여부를 챙기고, 등하교 길의 위험 구간을 함께 걸어보고, 냉동식품 대신 제대로 된 식사를 한 끼라도 더 챙겨주는 것. 거창한 계획보다 이런 작은 실천이 쌓이면 아이의 건강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3월 개학 전, 아이의 예방접종 수첩을 한 번 꺼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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