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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비타민 D 수치가 낮게 나오면 무조건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지인이 건강검진 후 "비타민 D가 부족하다"는 말 한마디에 고함량 보충제를 챙겨 먹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도 당연한 일처럼 여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기준 수치' 자체가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내 몸 상태보다 숫자에 먼저 반응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햇빛 사진
    햇빛 사진

    수치 논란 — 기준이 높으니 다들 부족해 보이는 것

    비타민 D의 혈중 정상 수치 기준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영국 영양과학자문위원회와 네덜란드는 12ng/mL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보지만, 미국 소화과 및 내분비 관련 학회에서는 30ng/mL 이상을 권장합니다. 같은 수치를 두고 어떤 나라에서는 정상, 다른 나라에서는 결핍으로 분류되는 셈입니다.

    이 기준이 왜 이렇게 높게 잡혔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권장 섭취량이란 개념 자체가 건강한 사람들 가운데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인데,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대다수의 사람이 자동으로 '부족한 사람'이 됩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스티븐 잘츠버그 교수는 미국에서 비타민 D 보충제 복용 인구가 급격히 늘었음에도 비타민 D 결핍과 연관된 질환이 함께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수치가 낮다는 진단이 늘었지만, 실제 임상적 질환 발생률은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제 지인도 수치를 보고 불안해진 나머지 주사까지 고민했습니다. 당시 저는 옆에서 "당연히 맞아야 하지 않냐"라고 거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우리 둘 다 숫자 하나에 너무 끌려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로감이 수개월째 나아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게 비타민 D 부족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으니까요.

    혈중 비타민 D 농도(25-hydroxyvitamin D)는 혈액 검사를 통해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25-hydroxyvitamin D란 간에서 1차 대사를 거친 비타민 D의 중간 형태로, 체내 비타민 D 저장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만 보고 보충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증상과 생활 습관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햇빛 효과 — 약 대신 자외선 B가 하는 일

    비타민 D가 햇빛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제대로 이해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피부가 자외선 B(UVB)에 노출되면, 피하 조직의 콜레스테롤과 화학반응이 일어나 비타민 D3 전구체가 생성됩니다. 여기서 자외선 B란 파장이 280~320nm에 해당하는 자외선으로, 비타민 D 합성에 직접 관여하는 파장대입니다. 자외선 A는 유리창을 통과하지만, 비타민 D를 만드는 자외선 B는 유리창에 대부분 차단됩니다. 창가에 앉아 햇빛을 쬐어도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타민 D3 전구체는 혈관을 타고 간으로 이동해 1차 대사를 거치고, 이후 신장에서 2차 대사를 통해 활성형 비타민 D로 전환됩니다. 활성형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면역 조절에 관여하며, 피부에서는 카텔리시딘(cathelicidin)이라는 항균 펩타이드 생성을 돕습니다. 카텔리시딘이란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체 방어 물질로, 피부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주간 식단 개선과 하루 30~40분 햇빛 쬐기만으로도 참가자 전원의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상승했다는 실험 결과는 그래서 더 와닿았습니다. 저도 실내에서 오래 일하던 시기에는 아무 이유 없이 몸이 무겁고 잠이 깊지 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10분이라도 밖에 나가 걷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풀리고 저녁에 잠드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비타민 D 보충제를 먹은 게 아니라, 그냥 바깥에 나간 것뿐이었는데도요.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 효율을 높이려면 얼굴보다는 팔이나 다리처럼 면적이 넓고 피부 노화 영향이 덜한 부위를 노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얼굴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서 팔은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으로도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과잉 섭취 — 지용성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입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녹는 비타민으로, 체내 지방 조직과 간에 축적됩니다. 수용성 비타민은 과잉 섭취해도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지용성 비타민은 쉽게 배출되지 않아 장기간 고용량을 복용하면 체내에 독성이 쌓일 수 있습니다.

    비타민 D 과잉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칼슘혈증: 혈액 내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
    • 신장 결석 및 담석 형성
    • 근육 통증 및 피로감 악화
    • 구역질, 구토, 식욕 저하 등 소화기 증상

    특히 검사 없이 고함량 보충제를 장기 복용하거나, 이미 충분한 수치인데 추가로 주사까지 맞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합니다. 비타민 D 결핍이 마치 현대인의 공통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예방 차원에서 고용량을 챙겨 먹는 분위기가 생긴 것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약 16~20ng/mL 수준으로 나타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이 수치가 일부 기준에서는 '결핍'으로 분류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준 자체에 논란이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골다공증이나 면역계 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의사의 처방이 있는 경우라면 보충제나 주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진단 없이 '수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고용량을 택하는 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한 비타민 D의 상한 섭취량은 성인 기준 하루 4,000IU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 기준을 초과하는 보충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독성 위험이 있으므로, 복용 전 혈액 검사를 통해 현재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맥락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수치가 약간 낮더라도 증상이 없고 생활 습관이 문제라면, 약부터 찾기보다 햇빛을 쬐고 등푸른 생선이나 버섯 같은 식품을 꾸준히 챙기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거나 의사가 처방한 경우라면 그 지침을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내 몸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생활 습관을 점검한 뒤에 보충 여부를 결정하는 것. 그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불안을 꽤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른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2Bs8Pzet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