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가슴이 두근거려도 "피곤해서 그러겠지"라고 넘긴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버지가 처음 두근거림을 호소했을 때, 가족 모두 야근과 커피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 방치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든 날에야 실감했습니다. 부정맥은 단순한 두근거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심전도 사진
    심전도 사진

    두근거림, 어떤 게 진짜 위험한 신호인가

    심장이 뛰는 걸 평소에 의식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심장 박동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이미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문제는 그 신호의 무게가 종류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부정맥(arrhythmia)이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벗어나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분당 50~300회 사이면 정상 맥박으로 보는데, 100회를 넘으면 빈맥(tachycardia), 50회 미만이면 서맥(bradycardia)으로 분류합니다. 빈맥이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상태이고, 서맥이란 반대로 지나치게 느리게 뛰어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유발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부정맥은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심장 위쪽 방인 심방에서 생기면 심방성 부정맥, 아래쪽 방인 심실에서 생기면 심실성 부정맥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위험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은 심방성 부정맥의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여기서 심방세동이란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리는 상태로, 혈액이 심방 안에서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 혈전이 뇌로 이동하면 뇌졸중(stroke)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 뇌졸중 환자의 상당수에서 심방세동이 선행 원인으로 확인된다는 점은 이미 의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반면 심실 쪽에서 발생하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은 돌연사와 직접 연관될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된다면 절대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 경우를 돌아보면, 처음 심전도(ECG) 검사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전도란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로, 일반적으로 10초 분량만 측정합니다.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은 그 짧은 순간에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24시간 홀터 모니터링을 거쳐서야 이상이 확인되었고, 저는 그때 처음으로 "검사를 했는데 정상"이 반드시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활습관이 부정맥을 만든다는 게 사실일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정맥이라고 하면 선천적인 문제이거나 나이 드신 분들의 질환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생활 습관이 직접적인 유발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심방세동의 경우 당뇨, 고지혈증, 비만,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그중에서 알코올 섭취는 특히 강한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가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는 국내외에 다수 존재합니다(출처: 대한부정맥학회). 아버지도 퇴근 후 술 한잔이 거의 매일이었는데, 진단 후 금주를 결심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게 보통 결심이 아닌 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 잘 압니다.

    카페인도 간과하기 쉬운 요소입니다. 커피, 콜라, 녹차, 초콜릿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은 심장을 흥분시켜 부정맥 빈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하루 서너 잔이던 커피를 한 잔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림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습니다.

    부정맥 예방과 관리를 위해 실천 가능한 생활습관 교정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알코올 섭취를 줄이거나 금주한다. 특히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음주는 직접적인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카페인 섭취를 조절한다. 증상이 있는 날은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습관화한다. 빠른 걸음 걷기 30분~1시간, 주 3회 정도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 맥박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개인적으로 찾는다. 스트레스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지만, 이를 다룰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에 대해 많은 분들이 심장 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버지도 처음에 운동을 두려워했지만, 빠른 걷기를 꾸준히 하면서 오히려 전반적인 컨디션이 나아졌습니다. 맥박을 규칙적으로 적절하게 높이는 연습이 심장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의료 현장에서도 강조되는 내용입니다.

    스마트워치로 진단했다는 말, 그대로 믿어도 될까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가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을 감지해 알림을 준다는 기능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기기 알림을 보고 "저 심방세동이에요"라며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실제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기 발견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건, 이 기기들을 지나치게 믿는 것도 문제라는 점입니다.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란 신체에 착용해 생체 신호를 연속 측정하는 전자 기기를 말합니다. 문제는 손목의 움직임이나 착용 상태에 따라 오류가 생기기 쉽고, 실제로 부정맥처럼 보이는 신호가 단순한 흔들림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기기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고 해서 진짜 안전한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는 그 순간에 기기가 측정하지 못하면 정상 수치가 기록될 뿐입니다. 아버지처럼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기기보다는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 심전도를 찍는 것이 훨씬 정확한 접근입니다.

    다만 이런 기기가 완전히 쓸모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증상이 있을 때 기기에서 이상 신호가 함께 기록되었다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병원에 가는 것이 진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기기를 진단 도구가 아닌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부정맥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는 심장 앞에서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제가 아버지 곁에서 지켜본 것은, 증상을 빨리 인지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은 덕분에 시술까지 가지 않고 약물 치료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두근거림이 있다면, 그건 몸이 보내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일단 병원에 가십시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ELybuOSY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