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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처음 "발바닥이 타는 것 같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많이 걸어서 피곤한 거겠지, 하고요. 그런데 여름 내내 찬물에 발을 담그고, 밤에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걸 보면서 이게 단순한 피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발바닥 열감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원인을 가진 증상입니다.

    발바닥 사진
    발바닥 사진

    아버지의 발이 불타던 그 여름, 원인을 찾기까지

    아버지의 증상은 전형적인 패턴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멀쩡한데 오후가 되면서 발바닥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저녁에는 양말을 벗고 맨발로만 다녔습니다. 외국에서는 이 증상을 '버닝 핏(Burning Feet)', 그러니까 불타는 발이라고 부른다는 걸 나중에 알았는데,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고통스러운 증상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처음 찾아간 정형외과에서는 족저근막염을 의심했습니다. 족저근막염이란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는 두꺼운 섬유 조직인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발바닥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해당 없음이었습니다. 허리 디스크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역시 뚜렷한 소견이 없었습니다. 병원을 세 곳 넘게 다니면서 돌아온 말은 항상 "큰 이상은 없습니다"였습니다.

    제가 직접 아버지 발을 만져보면 실제로 그렇게 뜨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발이 활활 타는 것 같다고 하니, 가족 입장에서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간극 자체가 이미 중요한 단서였는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검사가 정상인데 왜 아플까, 숨겨진 원인들

    발바닥 열감을 유발하는 원인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제가 자료를 살펴보면서 정리한 주요 원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 동맥순환 이상: 다리로 향하는 동맥 혈관에 플라크(혈관 벽에 쌓이는 지방성 찌꺼기)가 끼어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서 타는 듯한 열감과 통증이 발생합니다.
    • 발목터널증후군: 발뒤꿈치 안쪽을 지나는 후경골신경이 부종이나 염증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생기는 신경 포착 증후군입니다.
    • 말초신경병증: 팔다리 끝까지 뻗어 있는 말초신경에 손상이나 기능 이상이 생기면 저림이나 통증뿐 아니라 화끈거리는 열감도 나타납니다.
    • 홍반통(Erythromelalgia): 말초 혈관이 열 자극에 과도하게 확장되면서 발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극심한 열감이 생기는 희귀 질환입니다.

    이 중에서 아버지 증상과 가장 맞닿아 있던 것은 말초신경병증이었고, 특히 소섬유신경병증(Small Fiber Neuropathy)이라는 유형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섬유신경병증이란 말초신경 중에서도 특히 가느다란 C섬유와 Aδ섬유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통증·온도 감각·자율신경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 신경이 너무 가늘어서 일반적인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EMG/NCS)에서는 이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신경전도 검사란 신경을 통해 전기 신호가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전달되는지를 측정하는 검사인데, 굵은 신경 섬유의 이상은 잡아내지만 가느다란 소섬유의 손상은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여러 병원에서 "이상 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던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환자의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은 당시 저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국내 말초신경 관련 연구에서도 소섬유신경병증은 일반 신경전도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고, 피부 생검을 통한 표피내신경섬유밀도(IENFD) 측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

    소섬유신경병증의 원인도 단일하지 않습니다. 당뇨병이 가장 흔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 만성 빈혈, 장기간의 과도한 음주, 항암치료 후유증, 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등 기저 원인을 함께 탐색하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진단 과정이 먼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발바닥 열감이라는 증상 하나를 두고 혈관외과, 신경과, 정형외과, 내분비내과까지 넘나들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그러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다음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1. 신경과 또는 내과 방문: 기본 혈액 검사(혈당, 갑상선 기능, 빈혈 수치 등)와 함께 말초신경병증 가능성을 먼저 확인합니다.
    2. 혈관 검사: 동맥순환 이상이 의심된다면 ABI 검사(발목-상완 혈압 지수 측정)를 통해 하지 동맥 폐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ABI란 발목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눈 값으로, 1.0 이하이면 말초동맥질환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3. 소섬유신경병증 정밀 검사: 일반 신경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피부 생검을 통한 IENFD 측정을 전문 병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발바닥 열감을 다루는 정보들이 치료 방법에는 많은 비중을 두면서도 어떤 검사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증상만으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과정이 치료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만성 신경병성 통증 관리에 있어 근거 기반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홍반통의 경우에는 유전자 돌연변이(주로 SCN9A 유전자)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연구가 부족한 희귀 질환이라 치료법도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말초신경병증과 혈관 이상이 함께 관여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 접근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발바닥 열감은 단순한 피로나 노화로 넘길 증상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외출을 줄이고, 찬물 없이는 잠들기 어려워했던 그 몇 달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원인 규명이 먼저입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증상 자체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되고, 소섬유신경병증처럼 일반 검사에서 잡히지 않는 원인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면서 필요한 검사를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WRJWFG4Bf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