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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처음엔 그냥 체한 줄 알았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오른쪽 윗배를 부여잡고 "등까지 아프다"라고 할 때만 해도, 소화제 한 알이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식은땀까지 흘리며 통증이 심해지자 결국 응급실로 달려갔고, 거기서 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프지 않다고 괜찮은 게 아닌 병, 담석증에 대해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병이었습니다.

    담석 사진
    담석 사진

    체한 줄 알았는데, 담낭염이었습니다

    응급실 검사 결과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게 왜 생겼지?"였습니다. 가족은 그전까지 복통 한 번 없이 살았고,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게 담낭에 돌을 만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담석증은 담낭이나 담도 안에 돌처럼 굳은 덩어리, 즉 담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담낭은 간 아래쪽에 붙은 주머니 모양의 장기로,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했다가 음식이 소장으로 들어올 때 내보내 지방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담즙은 콜레스테롤, 지방산, 담즙산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성분들의 균형이 깨지면 담즙이 정체되고 돌처럼 굳은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담석은 크게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뉩니다. 콜레스테롤 담석이란 담즙 내 콜레스테롤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결정화된 것으로, 현재 국내 담석증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기생충 감염 등으로 인한 색소성 담석이 많았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콜레스테롤 담석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제 가족의 경우도 바로 이 콜레스테롤 담석이었고, 의사도 평소 식습관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 했습니다.

    담석증은 성인 10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병이지만,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담석이 담낭벽을 자극해 급성 담낭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염증이 반복되면 담낭벽이 두꺼워지고 기능이 떨어집니다. 담낭염이란 담낭에 세균이 번식하거나 담즙이 정체되어 생기는 염증 반응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담낭 절제 수술이 필요합니다. 그 가족도 결국 담낭 절제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무증상이라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담석증 하면 극심한 복통이 먼저 떠오르는데, 실제로는 아무 증상 없이 담석이 수년간 자라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그 무증상의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무증상 담도 담석이 있으면 담도암이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약 10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담도암이란 간에서 소장으로 담즙이 흐르는 통로인 담도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 중 하나입니다.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담석이 담도 안에 지속적으로 세균 감염과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 자극이 반복되면서 담도 세포를 손상시켜 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담석증의 위험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만 및 고지혈증: 체내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을수록 담즙 내 콜레스테롤 분비가 증가해 담석 생성 위험이 높아집니다.
    • 당뇨: 인슐린 농도가 담즙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고, 담낭 운동성을 떨어뜨려 담석 생성을 촉진합니다.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담석이 생길 확률이 약 2배 높습니다.
    •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란 여성 호르몬으로, 임신 중 급격히 증가하면 담즙 내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담석 위험을 키웁니다. 임신, 피임약 복용, 폐경 후 호르몬 요법 모두 위험 요인에 해당합니다.
    • 불규칙한 식사와 고지방식: 담낭이 오래 수축하지 않으면 담즙이 고여 정체되고, 이것이 담석의 씨앗이 됩니다.

    제 가족이 딱 이 패턴이었습니다. 식사 시간은 늘 들쑥날쑥했고, 고기 반찬 없이는 밥을 잘 안 먹는 편이었습니다. 그게 쌓여서 담낭 안에 돌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평소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담석이 담도를 막으면 황달이 나타납니다. 황달이란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지면서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으로, 담즙이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담도가 막히면 간세포까지 손상되어 간 기능 수치가 급격히 오르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담석증 환자는 5년 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전체 성인의 10% 이상이 담석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술을 언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담석 있어도 안 아프면 그냥 두면 된다"라고 알고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담석의 위치, 크기, 동반 증상, 그리고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담낭 안에 생긴 담낭 담석과, 담즙이 흐르는 담도에 생긴 총담관 담석은 치료 방법이 다릅니다. 총담관 담석이란 간과 소장을 연결하는 담도에 담석이 끼어 담즙의 흐름을 막는 상태로, 이 경우에는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라는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ERCP란 내시경을 입을 통해 십이지장까지 넣은 뒤 담도 입구를 풍선으로 넓혀 담석을 꺼내는 방법으로, 배를 열지 않고 담도 내 돌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 담낭 담석은 기본적으로 추적 관찰이 원칙이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즉시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 담석 크기가 2.5cm를 초과하는 경우
    • 담낭벽에 석회화가 동반된 경우
    • 담석과 용종이 함께 발견된 경우
    • 당뇨, 고령 등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

    가족이 수술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겁이 났습니다. '장기를 하나 없애는 건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술 후 경과를 보니 담낭이 없어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담낭을 제거하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저장되지 못하고 바로 담도를 통해 소장으로 흘러가는데, 시간이 지나면 담도가 늘어나며 담낭의 역할 일부를 대신하게 됩니다. 다만 수술 후 한동안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설사나 소화 불량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담석증은 처음 한 번 급성 통증을 경험하면 짧은 기간 안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통증이 한 번이라도 왔다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맞습니다. 가족도 그 한 번의 통증이 오지 않았다면 더 미루다가 더 큰 문제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그 응급실 방문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느낍니다.

    담석증은 아프지 않다고 몸이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직접 겪어보니 복통을 가볍게 넘기는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실히 알게 됐습니다. 특히 기름진 식습관, 불규칙한 식사, 고지혈증이나 당뇨가 있다면 복부 초음파 한 번쯤은 미루지 말고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담낭과 담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부담 없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담석증은 결국 평소 생활 습관과 정기 검진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검진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시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sipSf3VP9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