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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갑자기 "귀찮다"는 말을 달고 살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냥 나이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자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갱년기는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남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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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토스테론 감소, 생각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갱년기는 여성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다릅니다.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가 떨어지고, 그 영향이 생각보다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여기서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의 고환에서 주로 분비되는 성호르몬으로, 근육량 유지, 성기능, 에너지 수준, 감정 조절까지 담당하는 물질입니다. 단순히 성기능에만 관여하는 호르몬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 아버지가 6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보인 변화는 처음에는 그냥 노화처럼 보였습니다. 원래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던 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소파에 앉아 계시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힘이 없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이 잦아졌고, 밤에도 화장실을 자주 가느라 수면이 계속 끊겼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자 가족들이 병원 검사를 권유했고, 결과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성 갱년기와 달리 남성 갱년기는 호르몬이 한꺼번에 급감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감소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시작되어도 "나이 드니까 그런 거지"라고 넘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남성에서 갱년기 증상 경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가 쌓이기 때문에 본인도, 가족도 인식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력증과 갱년기 우울증, 신체 문제만이 아니다

    남성 갱년기 증상을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성기능 저하: 성욕 감소, 발기 기능 변화 등
    • 신체적 증상: 근육량 감소, 피로감 누적, 빈뇨(夜間頻尿) 등
    • 정신·심리적 증상: 무기력증, 감정 기복, 갱년기 우울증

    여기서 빈뇨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참기 어려운 증상을 말하며, 남성 갱년기와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버지도 이 증상 때문에 밤에 두세 번씩 깨는 일이 반복됐고, 그로 인한 수면 부족이 낮 동안의 무기력감을 더 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신·심리 영역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며 놀랐던 부분입니다. 아버지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TV를 보다가 눈물을 글썽이시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성호르몬 변화가 감정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갱년기 시기에 발생하는 성호르몬 변화는 우울한 감정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남성 갱년기를 겪는 남성 중 약 4분의 1에서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에 준하는 수준의 우울감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주요 우울장애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일상생활 기능 자체가 저하될 정도의 우울 상태를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개념입니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결코 "그냥 기분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수준입니다(출처: 대한남성과학회).

    호르몬 치료,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분명한 효과가 있다

    아버지가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후 달라진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표정이었습니다. 치료 전에는 늘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몇 달이 지나자 스스로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모습이 돌아왔습니다. 밤에 화장실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은 부족해진 남성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HRT란 체내에서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 호르몬을 주사, 젤, 패치 등의 형태로 보충하여 정상 수치에 가깝게 유지시키는 치료를 말합니다.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거나 외용제를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치료 방법과 주기는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호르몬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해서 모든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남성호르몬 부족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은퇴 후 역할 상실감, 경제적 압박, 오랫동안 쌓인 부부 관계의 문제 같은 사회심리적 요인도 동시에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호르몬 수치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적 상담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치료의 출발점은 검사이지, 주사 한 대가 아닙니다.

    저선도성 성선기능저하증(LOH 증후군, Late-Onset Hypogonadism)은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드는 상태를 의학적으로 정의한 용어입니다. LOH 증후군이란 노화에 따른 성선 기능 저하로,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로 분류됩니다. 대한비뇨의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증상과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함께 평가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뇨의학회).

    결국 남성 갱년기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그냥 참고 지나갈 문제가 아닙니다. 제 아버지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혼자 견디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주변의 중년 남성이 예전과 달리 무기력해 보이거나 이유 없이 감정이 예민해졌다면, "나이 탓"이라고 넘기지 말고 한 번은 검사를 권해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먼저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의 관심이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WARuVvBAH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