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멀쩡하게 출근 준비를 하던 사람이 화장실에서 쓰러진다. 이런 상황이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간호사로 일하면서 저는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급성 심근경색은 예고 없이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한 건 좀 달랐습니다.

전조증상, 정말 아무 신호도 없었을까
일반적으로 급성 심근경색은 갑자기 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들 중 상당수는 "며칠 전부터 가슴이 좀 답답했다", "계단 오를 때마다 숨이 찼는데 그냥 피곤한 줄 알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미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증상의 배경에는 관상동맥(coronary artery) 문제가 있습니다. 관상동맥이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세 개의 주요 동맥을 말하는데, 이 혈관이 동맥경화로 서서히 좁아지다가 어느 순간 혈관 내 지방층이 터지면서 혈전이 형성되고 혈관이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이것이 급성 심근경색의 핵심 기전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 운동할 때 가슴이 뻐근하거나, 이전에는 한 번씩 나타나던 흉통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거나, 강도가 눈에 띄게 심해진다면 이미 위험 신호가 켜진 상태로 봐야 합니다. 저는 이런 환자들을 보면서 '조금만 일찍 병원에 왔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심전도(ECG) 검사가 가장 먼저 이루어집니다. 심전도란 심장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전기적 활동을 파형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ST 분절 상승이 핵심 지표인데, ST 분절이란 심장이 수축하는 QRS파의 끝점에서 이완하는 T파의 시작점까지의 구간을 의미합니다. 건강한 심장에서는 이 구간이 기준선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 하기 시작하면 이 구간이 눈에 띄게 상승합니다. 심전도 그래프 하나만 봐도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조증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억해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평소보다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의 빈도가 눈에 띄게 잦아졌을 때
-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거나 극도의 피로감이 생겼을 때
- 가슴 통증이 왼쪽 팔, 턱, 목 쪽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 때
- 식은땀과 함께 심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될 때
한 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심정지 환자 수는 3만 명 이상이며, 이 중 생존율은 7~8%에 불과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이 숫자가 무서운 건, 많은 경우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골든타임,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뚫느냐의 문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혈관을 빠르게 재개통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이때 시행되는 치료가 관상동맥 중재술(PCI,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입니다. 관상동맥 중재술이란 손목의 요골동맥이나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한 뒤, 막힌 관상동맥에 고압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고 금속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고정하는 시술입니다. 외과적 절개 없이 혈관 안에서 직접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빠른 처치가 가능합니다.
시술이 빠를수록 심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건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봐왔을 때, 증상 발생 후 1~2시간 안에 혈관이 개통된 환자와 4시간 이상 지체된 환자는 회복 속도와 이후 심장 기능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시간 차이 하나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걸 직접 보고 나면,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상황이 더 복잡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관상동맥이 동시에 막히고 심장의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심인성 쇼크(cardiogenic shock)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인성 쇼크란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전신에 내보내지 못해 주요 장기에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상태로, 이 경우 사망률이 50%를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혈관 내 미세축류 심실 보조 장치를 삽입해 좌심실을 대신하는 펌프 역할을 하도록 한 뒤 스텐트 시술을 이어가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고난도 케이스에서는 몇 분 간격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의료진 전체가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는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급성 심근경색의 초기 사망률은 약 30%에 달하며, 병원 도착 후 치료 중 사망하는 경우도 5~10%에 이릅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 이 수치를 낮추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결국 발견의 속도와 초기 대응입니다.
응급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를 저는 자주 목격했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을 먹이거나 혀를 빼내려 하는 등 잘못된 처치를 시도하다 오히려 시간을 잃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은 단 세 가지입니다.
- 119에 즉시 신고한다
-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한다
- 근처의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와 사용한다
CPR이란 심장이 멈춘 상태에서 가슴 압박을 반복해 혈액 순환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처치입니다. AED는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분석해 전기 충격으로 심실세동을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장치입니다. 이 두 가지가 병원 도착 전 생존율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결국 급성 심근경색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는 것, 그리고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수없이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 두 가지만 잘 지켜졌어도 살릴 수 있었던 분들이 분명 있었다는 겁니다. 이 글이 그 판단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간호사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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